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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상식/지식

애니메이션 '고스트메신저'는 과정마케팅의 승리


'과정 마케팅'이라고 아시나요?

과정 마케팅이란

한 상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노력과 과정이 들어가는지 보여주어 수요자들에게 신뢰를 얻고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마케팅입니다.

상품 안에 담긴 제작자의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스토리텔링 마케팅 효과까지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죠. 이는 굳이 상품이 아니라도 어떤 목표 내지는 결과에도 대입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무한도전 레슬링 WM7 경기가 있었죠?

거기서 무한도전 멤버들이 1년 동안 정말 힘겹게 연습했던 모습들, 다들 보셨을 겁니다.

그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이 감동해 그들의 레슬링 경기를 기대하게 되었고

뜨거운 갈채와 지지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비록 그 분들이 프로레슬링 기술을 완벽히 터득하지 못해 가끔 어설픈 경기를 펼치기도 했지만

그 결과만 보고 야유를 보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시청자들은 이미 그들이 레슬링복을 입기까지 어떤 피땀어린 노력과 힘겨운 과정을 겪어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남자의 자격 합창단의 <넬라 판타지아>가 있습니다.

거기서 뽑힌 33인의 합창단원들의 첫 모습은 누가 봐도 노래실력이 부족한 어중이떠중이 그룹이었죠.

그러나 그들은 좌절을 겪고 눈물을 훔쳐가며 끈기있게 노래연습을 해냈고,

결국 '영혼을 울리는 감동의 하모니'라는 최고의 찬사를 얻으며 끝을 장식했습니다.

대상도 금상도 아닌 장려상에 그친 결과였지만 아무도 그들을 못했다고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결과만 중요하게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에 신물이 난 사람들이

이제는 노력하는 과정에 눈을 돌리고 그것에 호응하게 되면서 생겨난 마케팅법인데요.

고스트메신저도 의도했든 하지않았든 간에 이러한 '과정 마케팅'의 덕을 톡톡히 본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됩니다.

 


고스트메신저는 2007년 1차 PV로 첫 선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때는 별 관심을 얻지 못했습니다.

2009년에야 뒤늦게 영상이 퍼지게 되고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었죠.

나중에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스튜디오 애니멀은 고민 끝에 결국 과감히 고스트메신저 OVA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팬들에게 성심껏 피드백을 주고,

동시에 현재 스튜디오 애니멀과 한국 애니계가 처한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오타쿠를 믿지 않는다'는 강렬한 문구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 상황과 그에 대한 자신들의 의지를 팬들에게 보여주었고


앞으로 이 작품을 만드는 데에 있어 어떤 일정이 있고 

또 제작 진행상황이 어디까지 왔는지 투명하게 보여주었으며



바쁜 제작 와중에도 많은 팬들과 스튜디오 견학 모임을 가져 그들에게 직접 제작과정을

눈으로 보여주고 기획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견학은 다녀온 사람들이 갔다온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후기를 남겨

갔다오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2차적 파급효과를 낼 수 있었죠.



또 홈페이지를 찾아와 자유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팬들에게 하나하나 답변을 남겨

그들에게 작품에 대한 애정과 신뢰,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트위터를 세워 '고스트메신저'의 제작현황이나 사내에서 벌어진 해프닝 등을

지속적으로 다루면서 수많은 팬들과 팔로우해 교류를 나누고 있습니다.



또 고스트메신저 공식 홈페이지에는 '제작일지'라고 해서 고스트메신저의 제작과정을 매번 

위트있게 보여주고 있죠.



스튜디오 애니멀이 '고스트메신저' OVA 1화를 내놓기까지 걸린 기간은 약 2년입니다.

고스트메신저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35분짜리 애니 하나에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

한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그러나 팬들은 관심을 가지며 끝까지 기다렸고, 그 기다림은 DVD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폭발적인 

구매로 이어졌습니다.

OVA라고 하나 2주만에 애니 DVD 3천장이 팔린 사실은 한국애니 사상 처음 있는 일이죠.

그리고 DVD가 풀리고 2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불법다운로드 파일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는 스튜디오 애니멀이 '고스트메신저'라는 한 작품을 만들면서 얼마나 힘들고 피나는 과정을

겪어왔는지 지속적으로 보여주어 팬들의 동정과 애정, 신뢰와 기대를 한 겹씩 두텁게 쌓아온 

과정마케팅의 승리라 볼 수 있습니다.



스토리의 이해도가 조금 떨어진다, 액션 연출이 좀 아쉬웠다, 페이드인아웃 시간이 쓸데없이 

길었다.

작품 자체는 스튜디오 애니멀의 첫 창작 애니작품이므로 조금 어설플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거기에 실망하고 돌아서거나 욕을 하는 팬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스튜디오 애니멀의 속사정을 알고 있고, 또 그들이 발전해가는 과정을 더 지켜보고 싶기 

때문에 팬들은 벌써부터 다음 2화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셈입니다.

2년 동안 지속적으로 보여준 노력의 과정과 팬들을 향한 끊임없는 피드백으로

'고스트메신저'가 더욱 가치있게 빛나는 애니메이션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사실 만들어지지도 않은 애니에 대해 이렇게까지 관심이 모아진 일은 한국애니계에 있어 

정말 이례적인 일입니다.

스튜디오 애니멀 분들은 팬들의 반응을 무시하고 그 불씨를 꺼뜨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은 불씨를 살릴 뿐만 아니라 팬들이 자신들을 알아주고 또 함께 

걸어가주기를 유도했습니다.

그렇게 자신들의 진정성을 아낌없이 내보인 과정마케팅의 결과로 '고스트메신저'가

비교적 순조로운 첫 출발을 이룰 수 있었다고 봅니다.

열심히 노력하며 뭔가를 이루어내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어 수요자들에게 신뢰와

기대를 주는 과정마케팅, 이상과 열정이 넘치는 스튜디오 애니멀 분들에게

정말 알맞는 마케팅이라고 여겨집니다.

앞으로도 멋지고 아름다운 과정을 보여주는 스튜디오 애니멀이 되기를 바랍니다.



P.S- 마케팅이라고는 했지만 여기서는 경제학적인 의미로 사용한 게 아니라,

가치를 높인다는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과정마케팅'이란 용어 자체에도 화폐를 벌어들인다는 물질적인 의미 이외에도 

자체의 가치를 높인다는 비물질적인 의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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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별로 배를 채우고 시냇물로 혀를 달랜다. | 레인유리
원문 http://blog.naver.com/happy365com/90104055275